5. 오합지졸 파티
5. 오합지졸 파티
용사 일행의 출발은 점점 더뎌졌다. 이미 출발준비가 된 사람들에 비해 마법협회에서 파견될 마법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아직 마법협회에서 출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법협회가 내세운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사실상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었다.
‘신전의 마을로 향하는 것이 불쾌하다. 우리 마법사도 엄연한 용사 일행의 한사람이니 중간에 합류하겠다.’
마법협회와 신전은 예전부터 사이가 나빴다. 마법과 함께 연금술을 연구하는 마법협회는 종교적인 신념과 믿음을 기본으로 한 신전을 이해하지 못했고, 신전 또한 마법협회의 사람들은 괴짜들뿐이라며 서로 헐뜯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결국 서로 우위를 선점하려고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마법협회는 중간의 소도시에서 합류를 하겠다며 신전 측과 동급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우리의 파티는 지금 마을을 지나 중간의 두 곳의 소도시를 건너, 최종적으로 왕국에 입성하게 되어있었다. 마법협회가 말하는 소도시는 중간에 거쳐 갈 첫 번째 도시였고, 이 곳은 마법협회가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결국 이렇게 이해가 상충하여 신전과 마법협회가 대립할 동안, 이미 준비를 마쳤던 다른 일행들도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긴장을 놓지 않던 그랜트와 스승님과는 다르게, 용사 일행에 지원했던 딜런과 헤머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난봉꾼이었던 두사람은 자신들이 이제 엄연한 용사 일행이라는 명목으로 더욱 악질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마을의 창부에 들러 모든 창부들을 하루에 사들이고 그 비용을 신전에 떠넘기는 것은 그나마 양심적인 일이었고, 마을의 젊은 여자들에게도, 하다못해 한참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밤마다 들러 자신들의 시중과 밤일을 요구했다. 그리고 강제적인 행위도 서슴치 않았지만,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을 신전 측에서 눈감아 주고 있었기에 그들의 무법지대가 따로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는 그랜트와 고개를 숙인 나, 그리고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휘슬씨였다. 우리 앞에 서있던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원망이 가득한 괴로운 목소리가, 마음을 쓰리게 했다. 그녀는 어제 난봉꾼 일행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던 마을 처녀였다. 결국 처녀를 잃고 신전에 귀의해 살아가기로 한 안타까운 여인이었다. 결국 울다 지친 그녀를 대신해 그녀의 부모님이 우리의 사과를 받았다. 그리고 스승님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금화를 사과의 의미로 건넸다.
최근 그랜트와 나의 일과 중 하나는 강제적인 추행과 무례한 시중을 강요받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올리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에게 찾아가 대신 사과를 하는 것은 신전도 아니었고, 더더구나 추행을 한 가해자들도 아닌, 그랜트와 스승님, 그리고 나였다. 그리고 그들의 피해에 일부 보상을 하는 건 스승님의 개인 자금이었다.
어떤 결론이 났는지 세세한건 모르겠지만 결국 마법협회의 파견 마법사는 우리 마을에 당도했다. 도착하고도 마법협회에서 파견한 마법사는 자신이 데려온 시종들이 아니고서는 우리와 말도 섞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신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전의 신녀도 마법협회의 마법사도, 자신들의 욕심만 생각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하대했다. 한참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은 스승님에게조차 하대하며 행동하는 그녀들이었으니 그만큼 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