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y24 2019. 8. 23. 07:48

  10. 여신 엘린

 

  “눈을 뜨세요. 제발.”

 

  애타는 목소리의 눈을 뜨자, 내 앞에는 한 여인이 서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참 익숙하다고 생각하며, 엉망진창으로 어지러운 머리를 쥐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일이 모두 꿈이었나 싶어 주먹을 쥐자, 그동안 검을 쥐며 훈련한 탓에 생겼던 물집의 따가움이 느껴졌다. 그 따가움과 함께, 모두의 죽음이 다시금 떠올랐다. 목이 날아간 그랜트, 목이 졸린 신녀, 독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스승님까지, 결국 참지 못하고 바닥을 내리치며 오열했다. 내 앞에서 서있던 여인은 나를 감싸며 나를 말렸다.

 

  “진정하세요. 그러지 말아요.”

 

  다정한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그녀를 어디서 보았는지 떠올랐다. 신전의 자랑이었던 여신상의 분수. 그녀는 신전에서 모시던 그 여신과 닮아있었다.

 

  “네, 제가 여신 엘린입니다.”

 

  내가 마음속으로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그녀. 나는 그녀를 향해 소리질렀다.

 

  “여신이 다 뭔데! 당신이 한 게 뭐가 있는데!”

 

  내 비명이 한참을 주변을 울렸다. 여신은 내 비명을 조용히 들었다. 그 침묵이 마치 내 말이 다 맞다는 듯이, 긍정을 의미하는 것 같아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내 비명은 욕까지 섞여 한참을 계속 했다. 하지만 결국 의미없는 짓이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어 버렸고, 그제야 그녀는 내게 말을 걸었다.

 

  “모든 게 잘못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