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신녀
15. 신녀
“그린, 괜찮아? 괜찮은 거야?”
내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 그랜트는, 갑자기 우는 내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댔다. 나는 그 모습이 마냥 행복해서, 그랜트를 보며 웃는 얼굴로 그냥 고마워서 그렇다며 말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못하고 주책없이 흘렀다. 그랜트는 그런 나를 보다 환하게 웃었다. 나를 꽉 안은 그랜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나도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행복해.”
그랜트에 말에 눈물은 더욱 멈추지 못하고 흘러 내렸고, 그런 나를 그랜트가 아이 달래듯이 토닥였다. 한참을 울다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버렸고 그새 밤이 되었다. 그랜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만히만 있으면 과거를 반복할 뿐, 나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그러다 여신의 마지막 부탁이 떠올랐다. 신녀를 부탁한다는 것, 신녀를 만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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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잠에서 깨자마자 무작정 신전으로 향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라 조용해야 할 신전이 어째서인지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허둥대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덕분에 나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신전을 돌아볼 수 있었다.
무언가 이끌리듯, 발걸음이 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몸이 반쯤 투명한 형태인 다섯 살 배기 어린아이가 홀로 앉아 풀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환하게 웃다가 갑자기 눈을 깜박이더니 말했다.
“내가 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정도입니다. 신녀를 부탁합니다. 용사 그린.”
그 말을 끝으로 아이는 한 번 더 눈을 깜박이더니, 다시 날 보고 환하게 웃었다. 나는 투명해진 신녀를 품에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여신의 힘인지 아무도 나와 신녀가 이동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비밀장소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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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든 신녀를 내려두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나도 깜빡 잠에 들었다.
“그린, 이 아이는 어디서 났어?”
그랜트의 놀란 목소리에 잠에서 깨자, 신녀를 품에 안은 그랜트가 눈에 보였다. 잠에서 막 깨서 놀란 신녀를 달래주고 있었다는 그랜트는 당황했음에도 신녀를 달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다시금 잠든 신녀를 내려두고 우리는 소곤소곤 귓속말을 했다.
“그랜트, 네가 날 믿는다면 이대로 나와 함께 마을을 떠나자.”
내 제안에 그랜트는 당황한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랜트는 이내 그렇게 하겠다며, 바로 가자고 말해왔다. 그렇게 말한 그랜트는 씨익 웃더니, 비밀장소 안쪽을 뒤척뒤척 거리다 검 두 자루와 돈이 담긴 주머니를 꺼내보였다.
“언젠가 모험가가 되기 위한 도망자금을 미리 준비해뒀지. 어서 가자.”
의기양양한 그랜트에 표정에 웃음이 터졌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랜트도 함께 웃기 시작했다. 우리의 웃음소리에 잠이 깬 신녀가 멀뚱멀뚱 있다가 웅얼거리며 웃었고, 우리는 신녀와 함께 셋이서 마을을 떠났다. 10살, 비록 과거의 기억이 있다고는 과거의 때를 제외하고는 자발적으로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계속 마을을 떠나는 건 힘든 일이라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랜트와 함께여서 그런지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