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괴짜 쌍둥이
23. 괴짜 쌍둥이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우리는 각자 맡은 일을 하기로 했다. 그중에 가장 바쁜 것은 백작님이었고, 그에 반해 가장 한가한 것은 나와 그랜트였다. 스승님은 우리의 검술이 아직 미숙한 점이 있으니 훈련에 매진하는 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전략을 짜는데 참여하지 않고 오늘도 훈련에 매진했다.
“우와! 머리도 노랗고 엠버랑 비슷해! 몸도 좋고! 우와! 우와!”
갑자기 우리 쪽으로 달려든 붉은 머리의 소녀는 그랜트의 몸을 연신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너 백작가의 사용인이야? 내가 여기서 주는 연봉의 배를 줄 테니 나랑 같이 가자! 알겠지? 어? 알겠지? 응? 대답은?”
그랜트가 백작가의 사용인이라고 생각했는지, 계속 자신을 따라오라는 소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랜트는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소녀를 어쩌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다른 의미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 그랜트를 더듬는 저 소녀는, 과거 마법협회에서 파견했던 그 호문클루스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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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소녀의 소란이 지나가고, 백작님의 부름에 우리는 모두 백작님의 방에 소환되었다. 백작님은 조용히 한 남성의 이름을 불렀다.
“루크군, 들어오세요.”
루크라고 불린 사람은 아직 앳된 소년이었다. 대략 1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소년은 아까 소란을 피우던 붉은 머리 소녀와, 그리고 우리가 잡아들인 악마를 대동하고 함께 나타났다. 소년의 뒤를 따르던 악마의 모습은 처음 우리가 마주했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눈은 약간 멍하니 풀려 있었고, 온 몸에는 힘이 빠진 듯 약간 쳐져있었다. 그리고 악마의 가슴팍에는 검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제 이름은 루크 제이스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쌍둥이 동생인 루시 제이스, 우리 루시는 마법협회에서도 제일가는 마법사랍니다. 우리 이쁜 루시는 마법도 잘하지만 얼마나 착하고 예쁜지, 이 오빠는 늘 우리 루시 걱정에 밤잠을 설친답니다. 아, 그리고 이 자의 이름은 앞으로 엠버2호입니다. 엠버2호, 인사해.”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인님의 충실한 종, 엠버2호입니다.”
“여러분은 호문클루스에 대해 아십니까?”
호문클루스라는 표현에 온몸이 굳었다. 내가 당황한 모습을 눈치 챈 그랜트가 내 손을 잡아주었고,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마법에는 재능이 없습니다. 우리 루시는 다르지만요, 우리 루시는 마법협회에서 제일가는 마법사랍니다. 강한 파괴마법부터 섬세한 치유마법까지, 우리 루시는 못 하는 게 없어요! 아, 저는 마법에 재능이 없는 대신 머리가 좀 똑똑한 편이라 마법협회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만, 제 연구 방법이나 제 방식을 잘 따라오지 못한 마법협회 측에서는 절 쫓아내려고 하더군요. 그리고 최근 제가 가장 열심히 연구하고 있던 것이 바로 이, 호문클루스입니다.”
과거 여신의 힘으로 본 호문클루스 연구를 성공했다는 제자, 그가 이 사람이었던 게 분명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마음이 아파왔다. 과거에 자신의 호문클루스 연구의 대상이, 결국 자신이 아끼는 쌍둥이 동생이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었을까. 바뀐 운명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제가 호문클루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비밀이지만,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악마들을 호문클루스로 만들어, 그들의 악한 인격을 선하게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악마들은 기본적으로 일반 사람들보다 좋은 체력과 마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들과 동화해서 살아가면 분명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모두 조용히 소년의 말을 들었다. 중간중간 사람들의 침 넘기는 소리만 울릴 뿐 소년의 말이 이어지기를 모두 조용히 기다렸다.
“아쉽게도 아직은 시작단계라 호문클루스로 만든 생물들은 인형같이 움직이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이건 좋은 징조라고 볼 수 있죠. 왜냐하면 악마의 악한 부분을 선하게 바꾸는 충돌작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한참의 설명이 지나갔지만, 요약하자면 이랬다. 마석은 마력을 가진 돌로, 그 마석의 마력과 생물의 마력을 강제로 합성, 그 마력의 흐름이 두뇌로 이어져 인격을 변화시키는 것. 그 과정에서 인형 같은 움직임은, 존재의 인격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한사람의 인간같은 모습을 바뀌게 될 거라고 자신하는 소년.
그 소년의 긴 설명 도중, 지루했던 소년의 쌍둥이 소녀는 슬금슬금 그랜트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년의 설명이 끝날 때 쯤, 소녀는 그랜트를 꼬옥 안고는 말했다.
“첫눈에 반했어요! 나랑 결혼을 전제로 만나주세요!”
갑작스런 소녀의 고백에 모두 당황했고, 그 중에 가장 당황한 것은 소녀의 쌍둥이 오빠였다.
“루시! 무슨 소리야! 이 오빠를 두고 어디 그런 남자랑 만나려고! 오빠는 절대 반대한다!”
소녀는 오빠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그랜트에게 어떤 타입의 여자가 좋냐며,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며, 눈을 빛내며 말했다. 소년은 소년대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고, 그 가운데 낀 그랜트는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당황한 다른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그 상황을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