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준비
24. 준비
호문클루스가 된 악마는 루크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들으면서, 앞으로 마왕군의 일정까지 전부 말했다. 그 정보를 토대로 모두 마왕군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다. 먼저 마왕군에 대비한 전투조로는 나와 그랜트, 스승님, 클로이, 루시가 함께 하기로 했고, 루크는 마법이 서투니 자신은 백작님과 함께 책사로서 전투를 돕기로 했다.
“엠버1호가 여러분과 함께 할 테니, 백작님과 제 전달사항이 닿는 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엠버1호라고 불린 것은 노란 깃털을 가진 작은 새였다. 그 새는 날개를 펄럭이다 루시의 손위에 앉았고, 자신의 손에 앉은 새를 쓰다듬으며 루시는 조금 슬픈 눈을 해보였다. 루크는 자신의 목소리를 엠버1호를 통해 낼 수가 있었고, 엠버1호는 좋은 통신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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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방에서 그랜트와 스승님, 셋이서 앉아 대책을 논의하거나, 서로의 소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테지만, 루시가 그랜트에게 푹 빠져서 그랜트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루시에게서 그랜트를 떼어놓으려 노력하는 루크까지 함께해, 그들을 말리는 건 늘 스승님이 나서야만 했다.
오늘도 한차례 애정싸움이 벌어지자, 백작부인은 나와 클로이에게 정원 산책을 다녀오라며 다정히 말해주었다. 클로이와 함께 정원을 거닐다 정원에 만들어진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린 오빠,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쌍둥이를 마주하고부터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호문클루스의 존재여부에 관해서. 과거 폭주하고 만 소녀의 안타까운 모습도 보았고, 꼭두각시 인형처럼 변해버린 악마의 모습도 영 마음에 쓰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신뢰할만한 정보를 전해주기는 하지만, 인격조차 없어진 모습이 정말 옳은 것일까?
“클로이, 호문클루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 악마의 모습, 그 변한 모습이 과연 옳은 것일까?”
클로이는 잠시 대답을 멈추고 생각에 빠졌다. 나는 멍하니 별들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루크씨가 바라는 것, 그게 답이 될 수 있겠네요. 그는 ‘사람과 어울리는 악마’라고 했어요. 제가 가진 신성마법은 악마를 소멸시킬 수는 있어도 그를 바꿀 수는 없어요. 어떻게 보면 이것이 악마가 가진 깊은 악으로부터 개화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
나는 클로이의 말에서 답을 찾았다. 과거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악마의 그 행동들은 모두 본래 가진 성품의 것이었다. 클로이가 말하는 깊은 악이라는 것, 그것을 바꾼다면, 비록 지금은 인형 같은 모습이라도, 그것이 정말 성공하여 그들도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나는 후련한 마음에 클로이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클로이는 나를 보고 얼굴을 빨개지더니 고개를 푹 숙였고, 나는 상쾌해진 마음에 별을 보며 큰소리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