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y24 2019. 8. 23. 08:16

  27. 신전

 

  악마군을 차근차근 물리치던 그린 일행에 대한 소문은 신전에 까지 닿았다. 신전은 차마 그린 일행에 신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악마군을 처치하는 용사 일행이 그저 아니꼬울 뿐이었다. 신녀만 있었다면, 여신의 계시대로 모든 것은 신전의 영광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신녀는 지금 신전에 없고, 어디서 나타난 건지 자신을 용사라고 말하는 일행이 나타나 악마를 처치하고 있었다.

  신전은 여기까지, 딱 여기까지 했어야만 했다. 조금 아니꼬워도 신녀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자신들을 탓하며 반성하며 용사 일행을 응원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갖지 못할 영광이라면 다른 이들도 가져선 안 된다고 여겼다.

  신전장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신전의 주된 인물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해서는 안 되는 제안을 했다.

 

  “우리가 마왕의 편이 됩시다. 어차피 신녀가 없어진 이상, 용사 일행이라는 자들이 마왕을 없앨 수 없을겁니다. 그러니 차라리 마왕의 편이 되어 우리를 지켜달라고 합시다!”

  “옳소! 당장 악마를 소환해서 악마와 계약합시다!”

 

  신전에 모인 사람들은 신전장의 말이 맞다며, 신전에서 악마를 소환하자는 말까지 꺼내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

 

 

  백작은 클로이를 자신의 딸로 키우면서 미리 신전에 잠입시켜둔 인물이 있었다. 그리고 신전의 행동은 고스란히 백작에게 전달되었다. 백작은 소식을 전해 듣고는 어이없어했다.

 

  “루크군, 어떻게 생각합니까? 신전장이라는 자가,”

 

  백작은 차마 입에도 담을 수 없을 만큼 당황스러운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루크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백작님을 통해 들어서, 신전의 사람들이 어떤 자들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확실히 그들은 제 생각보다도 더 심하네요. 이대로라면 제 동생이 있는 용사 일행에게도 방해가 될지 모릅니다. 신전은 제 선에서 정리해보도록 하죠. 백작님의 도움이 조금은 필요합니다.”

 

  그렇게 말한 루크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용사 일행이 백작의 마을로 돌아왔을 때, 신전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여신을 믿는 사람들은 민간신앙처럼 자신들의 집에 작은 여신상을 두고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