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y24 2019. 8. 23. 08:23

  31. 그린

 

  내가 스승님의 마을에 자리잡은 지도 10여년이 흘렀다. 매주 루크의 호문클루스들이 마을에 들러 동료들의 안부를 전해주었다. 나는 그들의 소식을 들으며 흐뭇해했다. 특히 그랜트가 셋째를 가졌다는 소식에 한참 웃었더랬다 공처가가 되버린 그랜트는 아이들 자랑에 유난이었고 그렇게 환해진 그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을의 길드를 운영하면서, 나는 그동안 조금 바빴다. 백작님이나 루크, 루크가 보내준 호문클루스들의 도움으로 길드 운영은 수월했지만, 길드가 너무 일을 잘해도 문제였다. 길드는 세력을 키워 전 세계로 퍼졌다. 그 전세계로 퍼진 길드는 백작님과 루크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나는 여유가 생길때마다 스승님의 무덤가를 찾았다. 오늘은 스승님께 전해줄 기쁜 소식이 있었다.

 

  “그랜트가 글쎄 셋째를 가졌다지 뭡니까, 이젠 공처가가 따로 없어요. 스승님, 제가 담근 술을 좋아하셨죠? 이번에 길드에 좋은 과실이 들어와 그 과실을 바로 술로 담궜다는거 아닙니까. 스승님 드리려고요.”

 

  나는 너스레를 떨며 무덤에 술을 뿌렸다. 한참을 스승님께 밀린 이야기를 하다 무덤에 기대 잠깐 잠에 들었다. 꿈에는 행복해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그러다 귓가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햇볕에 익숙해지려 눈을 부비자, 또렷해진 시야에 클로이가 서 있었다. 나는 아직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스승님께 말하듯 클로이를 향해 중얼거렸다.

 

  “클로이, 보고 싶었어, 다른 사람들의 소식보다 네 소식이 가장 그리웠어. 사랑해.”

 

  꿈의 잔상이라고 생각했던 클로이가 점점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나를 꽉 껴안았다. 클로이가 내 품에서 울고 있었다. 클로이의 눈물이 느껴지고,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멀뚱멀뚱 서있었고, 클로이는 내 얼굴을 부여잡고 입을 맞췄다.

 

  “신전은 이제 신녀인 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신전의 사람들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지요. 그래서 저는 이제 신녀를 그만두었답니다. 신녀를 그만두고 제가 가장 하고 싶은걸 하러 왔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 그것을 떠올리며 홀로 이 먼 곳까지 왔어요. 그것은 바로 오빠를 만나는 것. 오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있어요.”

 

  클로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클로이를 위해, 조용히 클로이의 오른손을 쥐고 기사의 맹세를 읊었다. 이것은 검사들의 프로포즈였다. 맹세가 끝나자 클로이는 한층 더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