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휘슬의 도착

  * 휘슬의 시점

 

  백작의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근처 마을에 도달했을 때, 나보다 백작의 시종이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내게 백작이 다시 돌아와 달라고 했다면서 백작의 편지를 건넸다. 그 편지에는 ‘빨리 와야 재밌는 걸 볼 수 있어!’ 라는 장난기 서린 말이 전부였고, 그 편지를 들고서 백작가로 돌아갈지를 잠시 고민해야만 했다. 하지만 가던 사람의 발을 되돌릴 만한 일이라면 작은 일은 아닐 테니, 행선지를 백작가가 있는 마을로 돌렸다.

  말을 타고 서둘러 이동하자, 마을에는 금방 당도했다. 백작가로 들어서자, 어디서 헛둘헛둘하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전만해도 백작가에서 가장 어린 시종이라고 해봐야 20살 가까이 된 주방장이 전부였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또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20살은커녕 10살 정도 될 꼬마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아이들은 목검을 쥐고 휘두르기를 연습하고 있었고, 이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생각하기 앞서, 제대로 된 훈련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계속 눈이 향했다.

 

  “저 아이들 어때?”

 

  뒤에서 들려온 백작에 목소리에 진지하게 답했다.

 

  “한 아이는 검을 정말 제대로 배워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아이는 뭔가 검을 좀 잘못 배운 게 분명해. 하지만 둘 다 아직 어리니 지금부터 개선해가고 훈련을 꾸준히 하면 발전가능성이 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백작은 호탕하게 웃었다.

 

  “근데 왜 갑자기 날 부른 거냐?”

  “쟤네 네 제자로 주려고.”

 

  어이없는 대답에 잠시 멍해져 있던 내게 백작부인이 말을 걸어왔다.

 

  “다시 뵈요, 휘슬씨.”

  “반가워... 응? 웬 어린애?”

 

  백작부인의 품에는 곤히 잠든 여자아이가 안겨 있었다.

 

  “우리 부부가 좀 화목 하냐, 네가 잠깐 못 본 사이 우리 사이에 예쁜 아이가 생겼지.”

 

  나는 무슨 헛소리냐고 백작을 노려봤고, 그 사이 잠에서 깬 건지 여자 아이는 오빠오빠 외치며 검을 훈련하던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백작부인은 여자아이를 따라 아이들에게 가더니, 씻고 점심 먹을 시간이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서재에서 해주지. 따라와.”

 

 

**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여자아이는 뭐고? 제자?”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던 백작은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

 

  “엘린 신전의 신녀라고 들어봤어?”

 

  당연히 들어봤다. 황태자를 살린 신전의 신녀. 하지만 신전이 어떤 거래를 제시했는지도 이미 많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고, 세태를 어느 정도 읽는 사람이라면 신전이 무엇을 원하고 그런 조건들을 내밀었는가는 한눈에 보였다.

 

  “아까 검을 훈련하던 아이들이 신녀를 구해서 나를 찾아왔네. 나는 신녀를 두고 볼 수 없어. 신전장을 직접 만났기 때문에 더욱. 그래서 아내와 상의해서 결론이 났지. 우리는 신녀를 우리의 딸로 키울 거야.”

  “괜찮겠나?”

 

  내 물음에 백작은 굳었던 표정을 풀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미 손은 다 써뒀지. 변화마법으로 외형을 변화시켜뒀네. 신녀를 아는 사람들은 전혀 신녀를 못 알아봐. 그리고 미리 소문도 내뒀지. 내가 밖에서 낳은 사생아가 있고, 그 아이가 몇 달 전부터 백작가에서 살아가고 있노라고.”

 

  능구렁이 같은 놈. 전 세계적으로 첩자를 심어두고 정보를 사고파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게 백작 에디스였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한층 능글맞은 표정을 하며 말했다.

 

  “너 5년 전에 제자로 들이고 싶던 아이가 있다고 했었지? 그린이라고.”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냐?”

 

  백작은 당연하지 않냐며 되묻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네가 검 잘 배웠다고 한 녀석. 그 녀석이 그린이야. 어때? 막 제자로 들이고 싶고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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