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백작가에서의 생활
백작가에 머문 지도 벌써 삼일 째, 삼일동안 우리는 백작가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지냈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호의였지만, 우리에게 배부는 것에 대해서는 백작님은 아까워하지 않는 태도였다. 오히려 백작님은 또래보다 마른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우리를 매일 배불리 먹였다. 그리고 신녀는 백작부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늘 백작부인의 품에 안겨있었고, 백작부인도 그런 신녀를 마치 딸처럼 이뻐 했다.
평소에 안 먹던 음식에다 양을 평소보다 몇 배가 되다보니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랜트와 나는 매일 같이 배불리 밥을 먹고 침대에서 뒹굴 거리며 배를 부여잡는 게 일상이었고, 그런 우리는 서로 눈만 마주치면 크게 웃었다.
“이러다 우리 돼지 되겠다.”
그랜트의 농담에 한참 웃다가, 문득 그랜트가 준비해뒀던 검이 떠올랐다.
“함께 검술 훈련을 해보는 건 어때? 소화도 시킬 겸”
“좋은 방법인데? 당장 하자!”
그랜트는 선뜻 나를 따라나섰고, 백작가의 정원의 한구석에서 칼을 쥐고 자리를 잡았다. 칼을 휘두르는 연습을 하려던 찰나, 과거 여행 중에 스승님께서 그랜트의 검은 잘못배운 검이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기본이 전혀 되지 않은 검술이라고 다시 처음부터 다잡아야 한다며 아쉬워했었다. 지금부터라도 다잡아간다면? 하지만 난 이제 갓 배운 초짜이고 스승님의 말대로 비록 잘못 배웠다고는 하나 그랜트가 검을 잡은 건 벌써 5년이 넘었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나선다고 기분나빠할까 걱정이 됐다. 결국 어렵게 입을 열어 기본 훈련을 함께 하자고 말하자, 그랜트는 호기롭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전에 말한 대로 너랑 내가 휘슬님의 제자였다면, 지금 네가 가르쳐줄 검이 더 믿음직 한 게 당연하잖아. 내가 잘 따라할 테니까, 잘 가르쳐줘, 동지.”
그랜트의 말에 나는 한결 안심이 되었다. 과거의 기억을 되새겨, 스승님이 가르쳐주었던 기본기를 함께 훈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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