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보이지 않기에 볼 수 있는 것
1. 아름다운 창부
작은 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맑은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아이가 태어난 것은 축복할 일이었음에도 가족들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미 사내아이가 둘이나 있는 집안에서 막내로 태어난 아이는 여자아이였다. 사냥꾼을 업으로 살고 있는 아이의 아버지는, 아내를 쏙 빼닮은 아이를 보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큰 문제가 생겼다. 아이의 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그것도 세 아이의 막내로 태어난 아이는 노동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고, 아픈 아이를 위해 약값을 대줄 만한 여유 따윈 없었다. 결국 부모는 아이가 곱상한 외모를 타고났다는 이유로, 겨우 다섯 살배기 아이를 기방에 비싼 값에 팔아넘겼다. 그녀를 팔아넘기는 부모는 더 이상의 미련도 없다는 듯 돈을 받아 챙기고 뒤돌아 갔다.
기방에서 살아가던 아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아름답게 자라났다. 길고 결이 고운 머리카락,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빛은 눈에 좋지 않았기에 빛을 쐬는 일을 삼갔고, 그랬기에 피부는 더욱 하얗게 되었으며, 하얀 피부와 대조적으로 그녀의 눈은 조금 붉은빛을 띠었다. 그런 그녀의 눈을 보고 기방의 주인은 홍화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녀는 섬세한 연주가 가능했고, 그녀는 수준급의 연주와 함께 고운 노래를 부르는, 고급 창부가 되어있었다. 더구나 어린나이에 팔린 아이를 안쓰럽게 여겼던 창부들이 자신의 동생처럼 곱게 키웠고, 덕분에 그녀는 그 기방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창부로 유명했다.
홍화가 팔린 창부는 고급 기방이었다. 그곳은 고급 기방답게 규율이 있었고, 미성년, 15살이 되지 않은 아이는 절대 몸을 팔지 않았다. 15살이 되는 해, 첫 손님을 맞고 그 이후로 기예와 몸을 파는 정식 창부가 되는 것이다. 첫 손님을 맞기 전까지의 소녀는 다른 창부들에게 기술을 배우고 손님들에게 노래나 연주를 들려주는 보조 역할을 하게 된다.
홍화가 가게로 들어온 지 10년째, 드디어 첫 손님을 맞는 날이 다가왔다. 기일은 잡혔고, 첫 손님을 뽑힌 사람은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다. 첫 손님이 잡히고 창부의 가족들은 모두 자신의 일처럼 들떠있었다. 하지만 홍화는 그저 온화하게 웃으며 그녀들의 수다를 들었다.
“여씨 도련님은 친절한 분이니까, 홍화야 너무 걱정하지 마렴.”
“맞아, 맞아, 여씨 도련님이 첫 손님이라 정말 다행이구나.”
조용히 다른 창부들의 이야기를 듣던 홍화는 대뜸 더듬거리며 길을 찾기 시작했다. 이내 한 창부의 어깨에 손을 얹어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 주었다. 창부는 편안한 표정으로 홍화의 안마를 받고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네가 안마해주면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어.”
홍화는 그 말에 조용히 미소 짓다가 이내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창부들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홍화의 첫 손님에 대한 기대에 젖어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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